케이채
케이채 사진전-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 2013.10.29
류가헌
2013.10.29-11.10
케이채 사진전-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

‘Fine Art Street Photography’라는 이름의 사진
- 43개국, 10년의 행적을 한 자리에. 케이채 사진전 <마음의 렌즈로...>
사진이 탄생한 19세기 초나 이제나, 사진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창구다. 사진은 여전히, 모두가 발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의 모습을 누구나 눈으로 닿을 수 있도록 전달해주는 매개이다.

사진가 케이채(K Chae)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세계 43개국을 여행한, 문학적 표현에 빗대자면, ‘구두창에 바람이 든 사나이’이다. 그는 그렇게 지구의 여러 곳곳을 다녔고, 그 결과물인 자신의 사진을 ‘지구조각’이라 부른다. 그의 지구조각은 지구라는 공간의 의미이기도 하고,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실제로 어느 순간 실재 했던 시간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그 공간과 시간들은 꾸며지거나 연출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로서, ‘조각’이라는 단어의 물리적 특정에 부합한다. ‘세상 곳곳의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는 것’, 그것이 사진가 케이채가 사진을 하는 이유다.

케이채의 사진들은 거리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순간을 포착해서 얻어진 것이다. 하지만 스냅사진과도 같은 ‘날것’이라기보다는 마치 오랜 시간 공들여 정교하게 짜 맞춘 연출사진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뚜렷한 ‘색감’이 다. 작가 스스로 엘리엇 어윗이나 윌리 로니스 같은 과거 거리사진 대가들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강렬한 색감은 그만의 표현방법이다. 작가 자신은 그런 작업들을 ‘Fine Art Street Photography’ 즉 예술 거리사진이라고 명명한다.

“컬러를 좋아해서 흑백사진은 아예 찍지 않고 일부러 강한 컬러를 찾아다녔어요. 또 거리에서 순간을 포착하다보면 자칫 거칠어지기 쉬운데, 그런 거리 사진의 일반적인 특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뚜렷함을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제 사진을 잘 연출된 파인아트 사진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이번 개인전은 케이채가 ‘지구조각’이라는 주제로 담아온 작품세계를 총정리 하는 전시이다. 그가 포착한 지구에는 사람, 동물, 풍경, 도시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런 지구의 초상들은 함께 보였을 때 어느 하나만 달라 보이거나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사진들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케이채만의 칼라(개성의 또 다른 표현어로서)가 담겨있는 까닭이다.

케이채는 ‘좋은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 안 다양한 피사체를 존중하고 렌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순간에 경의를 표할 때 비로소 좋은 사진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여행하며 사진을 담는 일이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그 자신이라면 렌즈는 그의 마음이다.

케이채가 채집한 지구조각들이 한 자리에 집대성된 <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전은 10월 29일부터 갤러리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관람과 함께 전시와 같은 제목의 케이채 신간 에세이집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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